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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울고 있어요. 엑스자 입모양을 하고서


17.02.23 목요일

(대충 말하자면 네덜란드어, 정확히 말하자면 플라망어(flemish)를 쓰는) 뤼벤은 네덜란드 사람들 만큼이나 엑스 자 입 모양의 토끼, 미피(miffy)를 사랑한다. 때문에 그 어느 서점에 들러도 아동 도서 쪽에서 미피(miffy)와 관련된 소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동화책을 펼치니 (비록 글자를 읽을 순 없지만) 쨍한 원색의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모를 긍정의 에너지, 햇살과도 같은 에너지가 미피에 담겨 있다.

딱히 살 책이 없더라도 서점 구경을 즐기곤 하는 나는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거버넌스 수업에 지칠 대로 지쳤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한 서점을 산책 코스 삼아 들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미피 작가 딕 브루너(Dick Bruna)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미피는 평소 표정이 다양하지 않다. 포커페이스에 능한 토끼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오늘 마주한 미피는 쓸쓸해 보였다. 서점은 작가를 기리기 위해 평소 마련해 두었던 미피 코너를 가게 앞 쪽으로 옮겨 설치해 두었고, 눈물 한 방울 흘리는 미피 그림과 함께 ‘1927 – 2017’라는 글씨를 인쇄해 일종의 종이 묘비석을 세워 두었다.

하굣길에 기분 전환 삼아 종종 들르곤 하던 곳이 잠깐 동안 서점이 아닌 추모식장이 되었다.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미피 열쇠고리를 한동안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괜히 만지작거리고 싶었다. 가족을 위해 미피를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던 작가 딕 브루너의 사진들을 검색해 본다. 날마다 자기 예술을 한다면서 겸손히 그리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지어온 작가다. 뤼벤에서 딕 브루너를 추모하게 될 줄이야.

RIP DICK BRUNA.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평소 ‘제로퍼제로(zero per zero)’라는 디자인 문구 브랜드를 좋아한다. 때문에 망원동에 들릴 일이 있다면 제로퍼제로 쇼룸을 꼭 들르곤 한다. 그곳에서는 미피 관련 문구나 소품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미피의 열성팬이시다!), 그때마다 나는 뤼벤의 서점에서 마주했던 딕 부르너의 추모 코너가 떠오른다. 제로퍼제로 디자이너 분도 참, 좋아하는 미피를 얼마나 가까이 두고, 보고, 아끼셨는지, 판매하는 디자인 제품에서 왠지 모르게 딕 브루너 특유의 연출들, 이를 테면 ‘원색의 따스함’과 ‘가족적인 이미지’가 절로 떠오른다.


와플의 나라에서 유럽연합을 배우다 중에서.

글쓴이 : 프로이데

A (would-be) storyteller. 소개글의 괄호는 제 최소한의 예의, 양심입니다. 긴글의 지닌 힘을 믿고, 헤르만 헤세와 이동진, 이승우 작가를 즐겨 읽어요.

다른 글 보기 : 진주 귀걸이 소녀는 어떤 액자에 담겨 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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