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월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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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궁금한 게 더 많아진 도시 암스테르담 그리고 잔세스칸스

꽃과 치즈, 트램과 자전거의 도시 암스테르담

브뤼셀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처음 만난 암스테르담은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공기로 우리를 맞이했다. 불과 일주일 전 프랑스 파리에서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다닐 정도로 한여름의 날씨를 느낀 것과 정반대의 날씨였다. 벨기에 둘째 날부터 셔츠를 걸쳐야 하더니 급기야 암스테르담에선 가장 두꺼운 외투까지 입어야 하는 날씨가 펼쳐졌다. 비까지 조금 흩날렸지만 다행히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깜짝 추위에 놀랐지만 숙소에 체크인하고 나올 때 옷을 덧입고 최대한 따뜻하게 준비해서 여행에 나섰다.

네덜란드는 어렸을 때 책 <먼 나라 이웃나라> 네덜란드 편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론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의 나라로 친숙하게 느꼈던 것 같다. 영국에서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에 도착한 후 유럽 대륙 위쪽으로 여행하게 된 배경에는, 어렸을 때 가보고 싶었던 나라가 무의식 중에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도착해서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트램과 자전거와 운하를 만났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곧바로 눈앞에 펼쳐지니 조금 신기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느리게 달리는 트램, 운하 위 정박해있거나 다니고 있는 작은 배, 그리고 수많은 자전거 탄 사람들. 흰 피부에 금발머리를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우리 옆을 쌩 지나간다. 자전거를 탄 암스테르담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기다린다. 내가 서 있는 운하 건너편 건물들은 폭이 아주 좁은 낮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특히 건물은 아래로 긴 직사각형 창문 세 개가 폭이 좁게 서로 딱 붙어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우리는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꽃시장에 가보았다. 화분에 담긴 형형색색 꽃이 손님을 맞이하고 천장에는 말린 꽃이 두 손에 쥐기 좋은 묶음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이 꽃 세상이었다. 꽤 큰 꽃집이라 둘러보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다양한 꽃이 내뿜는 기분 좋은 향기에 즐거웠던 곳이다. 이 곳에는 나는 꽃을 참 좋아하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여기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마음에 드는 꽃씨를 사느라 즐겁게 분주할 것 같다. 한편,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있는 다양한 치즈 파는 곳에 이끌리듯 들어가 보았다. 노란색 치즈, 흰색 치즈, 초록색 치즈 등 여러 치즈가 사람들의 식탁으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전에 자기들을 소개하는 시식대에 너그럽게 놓여 있었다. 하나씩 맛을 보는데 새로운 치즈 맛에 깜짝 놀랐다. 여기에선 치즈를 좋아하는 동생과 아빠 생각이 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치즈가게에서

가고 싶었던 안네 프랑크의 집에선 너무나 긴 줄을 보며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반 고흐 미술관에서 좋아하는 <해바라기> 그림엽서를 사고 I AMSTERDAM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암스테르담은 다른 도시보다 짧게 둘러보았지만, 생각해보면 다시 방문할 요소들이 많이 남은 도시다. 어렸을 때 읽었던 세계명작을 떠올리며 안네 프랑크의 집에 가서 그녀의 시간을 숙연하게 떠올려 봐야 하고, 그동안 책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이 생긴 반 고흐 미술관에 가서 그의 그림들을 원 없이 바라보고 느끼고 싶다. 꽃 시장에서 예쁜 꽃씨를 사 와서 집에 와 심어보고 싶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도심을 조금 달려보거나 운하를 타보고 싶기도 하다. 다음에 방문했을 땐 파란 하늘 아래 이 곳을 구경하고 싶다. 잠깐 맛보았지만 더 궁금한 게 많아진 도시다. 네덜란드 중앙역에서 바닥에 앉아 여러 배낭여행객과 함께 야간 쿠셋을 기다리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풍차와 치즈, 자연의 마을 잔세스칸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차 타고 20분 정도 달려 잔세스칸스(Zaanse Schans)라는 마을에 다녀왔다. 암스테르담과 거리가 가깝지만 도심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라는 생각에 계획에 포함했는데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우리 눈앞에 꽉 차게 펼쳐진 풍경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하늘과 들판, 풍차, 집, 사람, 동물들이 보이는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사진 속 냇가는 바로 위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잔세스칸스에는 거대한 풍차가 바람에 몸을 맡기며 윙윙 돌아가고 있었다. 바로 전날 암스테르담에서 1유로 하는 풍차 모양 열쇠고리를 하나 샀는데 그와 색깔과 모양이 똑같이 생긴 풍차를 직접 보게 되니 신기했다. 강둑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는 거대한 풍차에 압도감을 느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네 개의 주황색 날개가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이 곳의 풍차는 무섭기보다는 정겨웠고, 잔세스칸스의 풍경을 시원하게 메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야가 쭉 이어진 이곳 정경을 자기들의 색깔로 더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초록색 풀밭에서 양이 풀을 뜯어먹고 있고, 이층짜리 세모 지붕의 작은 집이 모여있다. 

익숙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면 수십 가지 되는 종류의 치즈를 팔고 있었다. 잔세스칸스를 치즈의 마을이라고 부른다던데 이름에 걸맞게 더욱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어 신기했다. 이 곳이 여행 마지막 나라였다면 가족들 맛보게 치즈를 몇 개 사갔을 텐데. 또 조금 걸어가 어느 공간에 가면 네덜란드 전통 나막신 만드는 곳이 나왔다. 마침 신발을 만드는 시간에 맞춰 그곳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과정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었다. 나막신 장인이 신발 하나가 정성스럽게 만드는 모습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이 곳에선 무엇이든 조용하고 나직하게 바라보고 걷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다녀온 이 곳 잔세스칸스는 그렇게 티 없이 맑은 마을에 마음까지 깨끗해졌던 곳이었다.



네덜란드 잔세 스칸스, 나막신 만드는 곳에서

 네덜란드 잔세 스칸스, 치즈 가게에서

 인생배낭 브런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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