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월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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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자유이용권”이라도 끊을까요?

네덜란드에 자전거가 산다.

네덜란드 하면 흔히 “풍차의 나라”를 떠올렸는데 다녀오고 나니 붙일 수 있는 별칭이 많아졌다. 운하의 나라, 자전거의 나라, 전차의 나라, 튤립의 나라, 대마와 매춘이 합법인 나라.

늦은 저녁 도착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낯선 사람도 소매치기도 아닌 “자전거”였다. 대부분의 길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한가운데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보행자 도로”는 한쪽 구석의 좁은 길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에도 유명무실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지만 잘 지켜지지도 않을뿐더러 또 지켜진다 하더라도 자전거가 사람들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다니는 형국인데, 여긴 정말 단어 그대로 자전거 “전용” 도로이다. 찻길에서 자동차가 그들만의 속도로 쌩쌩 달리는 것처럼, 자전거 전용도로 역시 체계적인 신호시스템에 따라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다!

이 문화가 낯설어 “차도와 인도”라는 이중법적인 구분으로 무심코 길을 걸었다간 오토바이 수준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자전거에 치이기 딱 좋다. 사람보다 자전거가 우선인 나라다. 가뜩이나 길눈도 어두운데 밤눈까지 어두워 정신 못 차렸던 나는 남편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몇 차례 들어야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답게 밤에 보는 풍경도 운치가 넘쳤지만, 대마의 향도 그윽했다. 대마초가 합법이라 번화한 암스테르담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대마 향을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다. 이게 대마 냄새구나? 라는 느낌이 딱 올 정도로 담배와는 또 다른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내가 느낀 암스테르담의 밤은 생소한 자전거 문화, 그리고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대마초를 피는 사람들이었다.


“자유이용권”이라도 끊을까요?

다음날 아침, 밤에 느낀 암스테르담의 낯선 문화를 뒤로한 채 본격적인 여행에 나섰다. 암스테르담은 도시 전체가 예뻤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 같았다. 맑은 하늘, 깨끗하고 단정한 도로, 궁전 같은 건물, 알록달록한 색깔의 전차,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조차 전부 다 계획된 그림처럼 보였다.

암스테르담 거리와 건물은 전차가 있을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했다. 공중에 설치된 전선을 따라 사방팔방 튀어나오는 전차는 에버랜드 코끼리 열차처럼 나를 이 넓은 놀이동산 어딘가로 데려다줄 것 같았다. 자동차와 전차, 자전거가 뒤섞여 바쁘게 돌아가는 이 거리에서 인형처럼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이 튀어나와 갑자기 퍼레이드를 선보여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다소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전선까지도 파란 하늘과 예쁘게 어울렸는데, 저 전선에서 케이블카도 타고, 짚라인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이 느껴질 정도였다.

작은 기념품숍도 늘어서 있다. 싱그러운 꽃들을 매일 보트로 실어 나르는 ‘싱겔 꽃시장’이다. 화훼시장이 아니라 그냥 튤립 시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온통 튤립뿐인 이국적인 가게에서 형형색색의 꽃들로 수 놓인 네덜란드의 봄을 떠올려본다. 아기자기한 마그넷과 엽서, 도자기처럼 여행을 추억할만한 소소한 기념품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려한 놀이동산을 거닐다가 몇 발자국만 벗어나 보자. 운하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성냥갑 모양의 가지런한 중세풍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진짜보다 잘 나와서 기분 좋은 사진처럼 비현실적으로 깨끗하고 선명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선 짜릿한 후룸라이드보단 잔잔한 오리배가 제격이리라. 물론 로맨틱한 유람선도 좋다. 암스테르담 거리를 한 블록 한 블록 걸을 때마다 작지만 낭만적인 다리와 강가를 마주하며 또 한 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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