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월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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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


줄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절친한 친구인 다라는 그녀를 돕고 싶은 마음에 글 하나를 보내주었다. 다운 증후군 자녀를 둔 에밀리 펄 킹슬리가 쓴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인생의 계획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경험에 대한 에세이다.

출산을 준비하는 건 멋진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도 이탈리아로. 가이드북도 잔뜩 사고 환상적인 계획을 짠다. 콜로세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베니스의 곤돌라. 이탈리아 말도 몇 마디 배워둔다. 너무 신이 난다.

흥분과 기대의 몇 달이 흐르고 드디어 그 날이 온다. 가방을 꾸려서 출발한다. 몇 시간이 지나 비행기가 착륙한다. 승무원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넨다.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덜란드라고요?!?” 당신은 말한다. “네덜란드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는 이탈리아를 예약했는데! 이탈리아에 가기로 되어 있다고요. 이탈리아에 가는 건 내 평생의 꿈이었어요.”

하지만 항공편에 변동이 있었다. 비행기는 네덜란드에 착륙했고, 당신은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렇다고 이곳이 끔찍하고 역겹고 더럽고 벌레가 득실거리는 기아와 질병의 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저 다른 곳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밖으로 나가 새로운 가이드북을 사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저 다른 곳일 뿐이다. 이탈리아보다 느긋하고, 이탈리아만큼 화려하지 않은 곳. 그러나 얼마쯤 지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면, …… 네덜란드에 풍차가 있고, …… 튤립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네덜란드에는 심지어 렘브란트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아는 사람들은 전부 이탈리아를 오가느라 분주하고, …… 그곳에서 너무나 멋진 시간을 보냈다며 자랑한다. 그리고 당신은 남은 평생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나도 그곳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내가 계획한 건 그거였는데.”

그리고 그 고통은 절대, 결단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꿈을 잃어버리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애통해하면서 남은 나날을 보낸다면, 네덜란드라는 아주 특별하고 아주 사랑스러운 곳을 자유롭게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줄리는 이 글에 화가 치밀었다. 자신의 암은 특별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중증 자폐증 아들을 둔 다라는 줄리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암이라는 게 황망하고 불공평하고 원래 계획했던 것과 완전히 동떨어진 삶이라는 것에는 그녀도 동의했다. 하지만 줄리가 남은 시간, 어쩌면 길어야 10년 동안 여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놓치며 살기를 원치 않았다. 결혼 생활, 가족, 일. 네덜란드에서도 그런 것들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으니까.

줄리의 생각은 달랐다. ‘웃기시네.’

하지만 그 말이 맞다는 것도 알았다.

다라는 그걸 알 테니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줄리는 처음에 다라에게 화가 났던 얘기를 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다라가 아들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면서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혹시 나도 그런 상황에 처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를 무척 사랑하지만, 그녀가 원했던 삶에 대한 희망은 전부 사라졌다고 느꼈거든요.”

“지금 당신이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말했다.

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라도 한참 동안 ‘내가 예약한 건 이게 아니야!’라면서 돌이킬 수 없이 변한 삶의 이런저런 면들을 푸념하곤 했다. 남편과의 다정한 포옹도, 서로를 직장에 태워다주는 일도, 자기 전에 함께 책을 읽을 일도 없겠지.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나는 아이를 지켜볼 일도 없겠지. 줄리의 말에 따르면, 다라는 남편이 아들에게 둘도 없는 아빠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소통할 수 있는 아이였다면 얼마나 더 멋진 아빠가 됐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이와 결코 누릴 수 없을 경험들을 생각할 때면 그녀는 밀려오는 슬픔에 무너져내리곤 했다.

다라는 그런 슬픔에서 이기심과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가 무엇보다 바란 것은 아들의 삶이 아들 본인을 위해 더 수월해지고, 친구와 연인과 일이 있는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다른 엄마들이 네 살배기와 노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미고 질투가 났다. 자기 아들은 그런 상황에서 통제력을 잃을 테고, 결국 사람들에게서 다른 곳으로 가달라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아들은 나이가 들수록 기피 인물이 되고, 자신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다른 엄마들, 평범한 문제를 가진 평범한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은 다라를 더 외톨이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해에 다라는 줄리에게 자주 전화를 걸었고, 번번이 더 절망적인 목소리였다. 경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그리고 일상에서도 궁지에 몰린 그녀와 남편은 아이를 더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른 아이를 돌볼 여력이나 시간이 없을뿐더러,

새로운 아이도 자폐증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녀는 이미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둬서 남편이 부업까지 하는 처지였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읽었고, 이 낯선 나라에서 곤경을 헤쳐나가야 할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찾고 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다라는 자기 상황을 이해하는 친구들을 찾았다. 아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들을 사랑하며, 아들에게 없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 법도 알아냈다. 참치와 콩과 화장품의 화학 성분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몰랐던 것이 혹시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건 아닌지 하는 의심에 집착하지 않는 방법도 찾았다. 자신을 챙기고, 의미 있는 일과 의미 있는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아들을 돌봐줄 사람도 구했다. 부부는 어쩔 수 없는 삶의 난국을 헤쳐나가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결혼 생활을 지켜갈 방법을 찾았다. 여행 내내 호텔방에만 머무는 대신,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 이 나라를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치료하는 법 중에서

ⓒ Lori Gottlieb, 무단 복제 및 무단 전재 금지 /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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